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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_18_04_푸른 초장의 꿈

MK 사역자로 부르심

1992년 여름, 나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알기에 힘을 기울였다. 그래서 많은 집회를 참석하였는데, 그 중에 참석한 한 곳이 선교한국이였다. 선교한국에는 낮에 다양한 선택 강좌가 있어 자신이 관심 있는 강좌를 자유로이 신청할 수 있었는데, 선교사 자녀에 대한 강좌에 관심이 쏠렸다. 그 이유는 만약 하나님께서 나를 선교사로 부르신다면 내 자녀들의 양육과 교육 문제가 걸리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큰 기대를 갖고 강의에 임했다. 그러나 그 강의실에는 강사를 포함해 5명밖에(현재의 기억으로는) 없었다. 선교 한국의 참석자가 거의 대학생이므로 자녀교육에 큰 관심이 없기에 수강자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강사분은 열강을 하셨다. 나의 기대(선교지에서의 자녀 교육 방안)와는 다른 강의였지만, 결국 그 강의가 나를 MK 사역자로 헌신하게 하였다.

그런데 요즘은 MK사역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1998년 선교지로 나오기 직전 선교한국에 잠깐 들러 MK 분야의 특강 시간에 참석 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6년 전에 참석했던 강의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정확치는 않지만 약 200명이 넘는 관심자가 강의실을 꽉 메우고 있음을 보고 너무 감사했다.

나는 MK에 대한 부담을 갖기 시작 한 후에 어떻게 이일을 준비해야할까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국내 많은 선교 단체도 방문하여 보고, 혹시 신학교에서 이 일을 위해 준비하는 자들을 위한 학과가 있나 조사도 해 보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한국 교회가 MK에 큰 관심이 없던 때라 쉽지 않았다.

영어, 신학, 타문화권 공부가 필요.

MK를 위한 준비가 무엇인가 생각하는 가운데 많은 MK들이 일찍 한국을 떠나 대부분 국제학교에서 영어로 교육을 받기에 그들의 일상 언어가 영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을 더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를 알기 위해 내가 영어를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어 연수를 위해 1993년에 영국으로 가게 되었다.

또한, MK 사역을 할 때 단지 육적인 것만 돌보거나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영적인 부분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정확히 돕기 위해 신학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영국 남부에 위치한 무어랜드 신학교(Moorlands College)에서 선교학을 하면서 타문화권의 사역에 대해 집중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이 학교에서 MK사역을 타문화적 측면에서 연구하게 되었다. 선교사 자녀들이 부모 세대가 경험한 것과는 다른 문화와 세계속에서 성장하며 갖게되는 문제들, 이들을 위한 정체성 교육과 서양교육으로 인한 갈등 등을 해결하는 일들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곳에서 TCK(Third Cultural Kids)인 MK들이 한국인으로서, 또 앞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가운데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을 발견하였다. TCK와 MK들은 마치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과 다니엘처럼 자신의 생각과 관계없이 부모를 따라 타문화권에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아이들이다. 요셉은 하나님께서 일찍 어린 나이에 자신을 애굽이라는 외국 땅으로 보낸 것이 자신의 민족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고백한다. 다니엘은 어린 나이에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바벨론에 끌려갔지만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믿음으로 인해 이방 땅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예들을 볼 때, 하나님께서 단일 문화권인 한국 사회에서 어릴 때 부모 선교사와 함께 선교지에 가서 타문화권에서 훈련받고 자라게 하시는 것은 하나님께서 다음 세대에 MK들을 사용하시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MK들에게 하나님의 계획을 인식 시켜주고, 그 일들을 위해 이들을 준비시키고, 훈련시키는 일들이 매우 중요함을 깨닫게 되자 이것을 나의 MK 사역의 방향과 목표로 삼았다. 영국에 있으면서 독일 안에 한국 청소년 수련회에 2년동안 참석하면서 마음이 아픈 적이 있었다. 그들은 어릴 때에 부모의 직업 때문에 독일에 왔거나 독일에서 태어난 2세들이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아이들보다 부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왜 저럴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결국은 그들이 하나님의 계획과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비전을 알지 못하여 독일문화 안에서 소수 민족인 한국인으로서 피해의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MK들도 하나님의 계획과 비전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소망 없고 꿈이 없는 자로 자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호스텔 사역 결정

신학교 마지막인 3학년 때에 졸업 후에 해야 할 사역과 관계 되는 곳에서 5주 동안 실습과 조사를 하여 소논문을 작성해서 내는 과제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숙사가 있는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MK,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서 국제 학교(또는 현지 학교)를 다니는 MK, 호스텔에 거주하면서 국제 학교를 다니는 MK들을 비교 분석하는 작업을 하기 위하여 말레시아, 싱가폴 그리고 태국에 있는 한국 MK들을 만나고 그들이 다니고 있는 교육 시설들을 방문하였다. 그 결과 부모와 같이 있는 MK들을 제외하고, 부모와 함께 사역지에 있을 수 없는 한국 MK들을 돕기 위한 방안으로 호스텔 사역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더우기, 많은 물질과 인력이 소요되지 않고도 한국 MK들에게 한국 정체성 교육과 국제 교육을 동시에 시킬 수 있는 것으로 호스텔 사역이 매우 효과적인 사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한국 선교사 자녀 기숙사인 ‘푸른초장’을 나의 사역지로 큰 어려움 없이 결정하게 된 것이다.

푸른초장의 주된 사역이 내용들과 느낀 점

푸른초장에서는 매일 아침 말씀묵상(QT)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루 시작과 함께 주의 말씀을 묵상하는 것을 훈련하고 조용히 주님의 말씀 듣기를 체험하기 위함이다. 사역자와 MK들의 같은 본문 말씀을 묵상한다. (QT책은 성서 유니온의 매일성경을 사용하고 있음) 그리고 매일 저녁시간에는 예배를 드린다. 모든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아침에 묵상한 말씀들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고 찬양을 한다. 주말이면 집에서 숙제를 하거나 책을 보고, 때로는 야외에 나가 발야구, 축구 등을 하며 보낸다. 그리고 때로 영화를 보러가기도 한다. 한글공부는 계획을 세워 진행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중단되기도 한다. 그러나 늘 한국책을 읽도록 권면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낸지 거의 2년이 된다. 나는 자주 아이들과 함께 있지 못하는 부모님들을 생각한다. 부모님들은 선교지에 오시기 위해 헌신하셨고, 아이와 헤어져 있어야 하는, 어쩌면 제일 어려운 헌신을 또다시 하신 것이다. 나는 그 부모님들을 존경한다. 물론 아이들은 제 또래들과 함께 지내면서 힘들어 하기 보다는 즐겁고 재미있게 지내는 편이다. 물론 처음 이곳에 입소하면 단체생활을 해야하므로 얼마간은 힘들 줄 안다. 예를들어 2-3명이 함께 방을 써야 하고 정해진 식사시간, 규칙 등을 지켜야 하므로 다소 어렵게 느끼는 아이들도 있지만 얼마 안되어 곧 적응을 한다. 아이들이 각자 자라온 배경과 환경이 다르므로 보는 관점과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의 ‘부모상’이 우리 부부와 비슷하면 생활하기에 어려움이 없겠지만 ‘부모상’이 다른 경우엔 가끔은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빠와 목욕을 자주하던 남자 아이는 내 앞에서 옷을 벗거나 목욕하는 일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또 나는 우스운 이야기를 잘하고 웃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점잖으신 아빠와 자라난 아이는 당황해하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한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감동을 받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이들이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이야기들, 우스운 이야기가 너무나 많지만 지면에다 다 쓸수 없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들과 지내면서 힘든 것이 있는데 함께 지낼수록 우리의 부족함이 드러나 우리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때로는 영적인 면에서, 때로는 인격적인 면에서, 때로는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해 주지 못하므로... 훈계와 우리의 모범이 일치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바르지 못한 것을 배울 수도 있고 신앙과 정서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없음을 늘 상기하지만 24시간 같이 있어야 하므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또 한가지, 노력해도 힘든 것이 있다. 아이들은 무한한 학습자이다. 언제, 어디서든지 배운다. 앉아서, 걸으며, 달리며, 심지어 꾸벅 꾸벅 졸면서도 배운다. 아이들은 늘 새로운 것 창조적인 것을 원한다. 그러나 주입식 교육만 받고 자란 우리 세대에겐 너무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간접적인 경험과 교훈을 얻기 위하여 시간 나는대로 책을 읽는다. 이들을 이해하고 따라가기 위해서는 이와같은 기숙사 부모의 꾸준한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 MK 호스텔의 필요성

앞에서 언급 했듯이 정체성을 갖은 세계속의 한국인이 될 MK들을 위한 교육과 양육 방안으로 호스텔사역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세계 곳곳에 호스텔이 생기길 희망한다. 사역자들은 특별한 자격증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MK에 비전을 갖고 있는 헌신자면 된다. 그러나 호스텔사역을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교육시설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학비가 선교사들이 부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주위 국가에서 오는 MK들의 비자 문제나 거주하는데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밖의 생활비, 교통문제등도 중요한 일이다.

실제 예를 들면 푸른초장이 있는 치앙마이에는 5개의 국제 학교가 있고 학비가 다른 지역의 국제 학교보다 저렴하며 다른 국가에서 온 학생들에게 학생비자가 허용되기에 장기 거주한데 어려움이 없다. 또한 치앙마이 공항이 국제 공항이고 태국의 제 2도시이기에 교통 시설이 잘 되어 있어 방학때에 MK나 부모들의 왕래가 참 용이 한 곳이다.

호스텔 사역 또는 MK들에 대해 갖고 싶은 비전들...

한국 MK들은 꼭 정체성이 필요하다. 얼마 전 태국에 강의차 오신 미국에서 목회하시는 한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미국에 사는 한국 자녀들이 어렸을 때는 미국인인줄 알고 살다가 대학을 가거나 성인이 되면 많은 자녀들이 자기들의 뿌리를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기도 하고 한국인 그룹을 만들기도 한다고 들었다. 어려서부터 확실한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이 성인이 되어 힘 있게 일할 수 있는 뿌리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나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이고, 둘째로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계속의 한국인으로 빛과 소금의 직분을 감당하길 바라서이다.

푸른 초장은 부모와 떨어뜨려 MK들을 훈련하는 장소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현지 상황으로 부모님과 함께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마련된 장소이다. 우리 부부는 사실 Dorm Parents가 되기 위하여 헌신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이 일이 시급하기에 푸른초장으로 인도하셨고 우리는 부족하지만 앞으로 남은 생을 MK사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싶다. 나의 정열도, 나의 건강도, 나의 물질도 주 앞에 드리고 싶다. 마지막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할 수만 있다면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 부모와 자식이 떨어져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부모님 선교지에 자녀를 위한 교육에 대책과 방안이 없다면 푸른초장에 오셔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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