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 20_05_하나님께서 주신 기회-Home Schooling
- 가화숙 선교사(아프리카 가나)
- 2002년 1월 14일
- 4분 분량
"자식도 없는 사람이 내 맘을 어떻게 알아요?" 내가 싱글 선교사로 영국에서 훈련받을 당시 함께 공부하던 어떤 목사님 사모님께서 자녀로 인해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 때 너무 속상한 나머지 내게 한 한마디였다. 그때는 사실 싱글이어서 자녀로 인한 문제나 자녀교육 문제, 자녀로 인해 부모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내 가슴에 저리도록 와 닿는 부분이 없었다. 그러나 부모가 된 이후, 특히 선교사가 되어 자녀들을 선교지에서 양육하고 교육하는 부모의 입장이 되고 보니 자녀교육은 선교사역에 대단한 비중을 차지함을 경험한다.

미국에서 우리 부부가 공부하던 92년부터 당시 주변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들과 친분을 갖게 되었다. 미국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부모들은 대개 그리스도인들로서, 공립학교 교육에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과 주변 학생들의 마약 문제나 성 문제 때문에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홈스쿨링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아프리카를 선교지로 정한 터라 언젠가 선교지에서 자녀들의 교육문제가 대두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더 관심있게 그 들과 친분을 갖고, 그분들이 사용하는 커리큘럼이나 교재들을 살펴보고, 자료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경험 삼아 영어 홈스쿨링 교재 중 하나인 '아베카(A Beka)'를 직접 구입하여 집에서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 보기도 했다.
99년 1월, 가나에 도착한 직후, 역시 학교 교육이 문제가 되었다. 당장에 홈스쿨링을 시도하기보다는 먼저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보았다. 가나에는 외국인 학교도 있어서 알아보았지만 학비가 너무 비쌌고, 학비를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이미 수많은 아이들이 대기자 명단에 들어 있었다. 차선의 방법으로 아이들을 현지인 학교에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그나마 가나 수도에서 현지인 학교로서는 수준급이라는 학교에 아이들을 입학시켰다. 당시에 큰아이 한샘이는 4학년이었고, 작은아이 하빈이는 유치원에 다녀야 했다. 하빈이가 들어간 유치원은 한 교실 안에 5개의 작은 반이 함께 공부하는데, 모두 합해서 아이들이 60명이었고, 한 테이블에 12명씩 한 반이 앉아 공부를 했다. 무덥고 시끄러운 교실에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는데 그래도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매일 차를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었다. 그러나 학교 정문에 내리자마자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싫다고 도망치는 바람에 아이를 뒤따라 잡아다가 교실로 데리고 가면 선생님이 우는 아이를 안고, 우리는 그 아이를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회상하면 눈물이 흐른다.
큰 아이는 좀 커서 자기 스스로 교실로 들어가지만 유일한 백인(가나에서는 백인으로 취급) 아이인지라 모든 시선의 집중거리가 되어 곱슬거리지 않는 괴상한 머리와 다른 색깔의 피부가 신기해서 만지고, 화장실을 가도 신기해서 뒤따라와 문을 열어보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이들은 매일같이 울면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문제가 되었던 것은 학교의 '종교과목'이었다. 한샘이는 학교에서 종교 과목으로 의무적으로 세 가지 종교에 대해 배웠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와 토속종교였다. 다른 두 종교에 대해 상세히 배우면서 아이는 점점 학교에 대한 갈등을 겪고 부모에게 다른 종교를 가르치는 학교에 다니기 싫다고 애원을 했다. 미국에서도 기독교 학교를 다녔던 터라 더 아이에게 갈등으로 와 닿았었다. 이런 어려움과 문제들을 보면서 계속 현지학교를 보낼 수 없어서 홈스쿨링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두 텀을 마치고 현지학교 교육을 마무리지었다.
곧바로 A Beka Video Home School을 신청하고 미국으로 가서 아이들 홈스쿨을 위한 교재들과 비디오 테잎을 구입해서 가지고 왔다. A Beka Video Home School은 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을 직접 녹화한 것으로 비디오를 통해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먼저 질문을 하여 비디오 학생들이 대답할 시간을 준 후 다시 교실의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는 방법을 택하였기 때문에 선생님과 비디오 학생들도 어떤 면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교육이 진행된다. 모든 교재들과 Manual(안내서)가 비디오 학생들을 위해 아주 자세하게 매일의 공부 스케쥴이 적혀있고 모든 과목의 교재들도 교사용과 학생용이 답안과 함께 친절하게 작성되어서 부모가 관심과 시간만 들인다면 교육에 큰 어려움이 없이 홈 스쿨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샘이와 하빈이는 공부시간에 아주 시끄러운 편이다. 자기들이 먼저 대답을 하기 위해, 또한 모든 학습 프로그램에 자신들이 실제로 학급의 한 구성원처럼 여기고 즐거워하며 학습에 참여한다. 또한 시일이 가면서 자신들이 매뉴얼을 보면서 그날 그날 공부해야 할 것들을 챙기고 시험도 치르고 퀴즈도 본다. 별로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앉는 편이 되었다.
모든 교재가 최고의 수준급이고 학습 진행과정이 아이들이 공부를 따라가기에 어려움이 없도록 잘 구성되어 있는, 그것도 최고의 수준급의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습현장을 녹화한 홈 스쿨임에도 불구하고 홈스쿨이 그렇게 순조롭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역을 함께 하면서 아이들의 교사를 겸해서 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선 그리 홈스쿨이 쉽지는 않았다. 또한 하나님께서 가나에 온 후 올무로 주신 건강의 문제가 늘 따라서 간경화로 진행된 건강상태에서 건강이 좀 허락되면 사역에 동참하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많은 날들을 누워 지내던 나에게 홈 스쿨을 계속하기가 나에겐 큰 어려움이었다. 아무리 비디오를 통한 교육이라 해도 아이들은 가정이 학교이기 때문에 부모가 관리를 하지 않으면 얼마간 집중시간이 지나면 공부를 하면서도 큰 아이는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라 몰래 책을 읽는다든지 작은 아이는 장난반 공부반이 되었다. 한국의 교육과 제도가 달라 그날 그날 공부한 페이퍼들을 채점하고 퀴즈와 시험지들을 채점하여 성적표에 기록하는 일들도 큰 일중의 하나였다. 나중엔 그날 그날 채점을 못해서 밀리게 되고 어떤 때는 너무 많이 밀려 오랜 시간을 들여 채점을 해야 했다. 때로는 아이들이 너무 엉터리로 공부한 것이 발견되어 다시 여러 과를 반복해야 하는 때도 있었다. 현지인 교사를 고용해서 관리하면서 채점을 하도록 시켜 보기도 했다. 그러나 가나 교육의 시스템과 너무 다르고 경험해 보지 않은 교육을 관리하며 채점하는 일들이라 어려워해서 오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아이들은 현지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더 홈 스쿨을 좋아했지만 항상 집에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친구들을 그리워했다. 하빈이는 나중엔 비디오 안에서 친구를 만들었다. 서로 대화는 할 수 없지만 이름들을 대면서 자기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이런 아쉬움들을 부모가 해결해 줄 수 없었지만 한샘이는 동네를 다니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면 불러다가 같이 공을 차며 놀게 되었다.
이렇게 2년을 홈 스쿨을 하는 중에 건강도 따르지 못한채 어려움을 겪으면서 큰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는 계기를 이용해 중.고등학교를 다 홈 스쿨로 할 수 있도록 커리큐럼이 되어 있지만 홈 스쿨을 중단하고 옆나라 아이보리 코스트에 있는 MK 스쿨에 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작은 아이는 3학년이라 너무 어리지만 형과 함께 보내기로 결정을 하고 지난 8월 학교에 입학시켰다. 한 텀을 보내면서 하빈이는 기숙사 생활도 어렵고 부모가 그리워 많이 힘들어 했다. 아마 엄마 역시 아이를 떼놓은 그리움에 더 어려움을 겪었는지 모른다. 그 기간에 나는 건강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는데 하나님께서 크신 은혜를 베푸시어 간경화가 치료해 주신 결과를 보게 되었다. 방학을 해서 아이들이 집에 와 있고 가나로 돌아온 엄마와 재회하여 한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자 하빈이는 홈 스쿨을 다시 요구했고, 결국MK 학교에 다시 가지 않고 계속 홈 스쿨을 하기로 결정 했다.
그동안 홈 스쿨을 하도록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그동안 많은 실패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홈 스쿨을 통해 얻은 귀한 것들이 있다면, 부모로서 자녀의 교사가 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며 내 자녀의 학업의 자질과 부족한 부분들을 알고 아이의 학습 습득의 능력에 맞는 속도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유익했다. 앞으로의 비젼이 이곳에 일반 학교들을 세우는 것인데 어떤 교육과정으로 학교교육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고 본다. 언젠가 선교지에 오기전 어떤 분의 자녀교육에 대한 계획에 대해 물어왔을 때 지나가는 말로 선교사가 할 수 있는 네가지 교육의 가능성들을 말하면서 어쩌면 하나님께서 네가지 다 경험하도록 하실지도 모르지요라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이미 세가지를 경험하면서 어쩌면 MK 교육의 어려움과 장단점들을 다 경험하도록 하신 뜻이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