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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21_02_어 ,주님, 내가 여기 있었군요


이제 겨우 첫 1년 사역을 마친 내가 이 글을 쓰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점이 많다라는 생각에 글을 쓰는 것이 부담이 되었지만, 'Korean-American TCK(Third Cultural Kids)'로 자라나 한국 MK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점들을 공감하는 마음으로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한국 아카데미에 대한 얘기를 처음으로 들은 것은 1994년, 공부하고 있던 신학교에서였다. 한 친구를 통해 '필리핀에 한국 선교사 자녀를 위한 학교가 생기게 되었는데, 이중언어를 하는 1.5 세나 2 세의 Korean-American들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를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냈다. 그러던 내가 한국 아카데미를 방문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5년 후인 1999년도였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내가 5년 전 이 학교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었다.

공부를 하면서 나는 미주 OMF 선교기관에 소속되어 본부 사역을 하며 선교의 여러 분야와 흐름에 대해 배우게 되었는데, 한국 선교사들이 세계에 흩어져 나가면서 국제학교들 마다 한국 학생 수가 계속해서 늘어가지만, 외국인 교사들이 이들을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몰라 어려워하고 있으며, 우리 한국 선교사 자녀들도 나름대로 외국인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OMF는 한국인과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이 사역에 참여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MK 세미나(MK Ministry Awareness Seminar)를 주관하였으며, 99년도에는 한국 선교사 자녀 교육의 현황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일군들을 발굴하기 위한 현지 방문을 하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5명이 필리핀에 있는 한국 아카데미와 훼이스 아카데미(Faith Academy), 말레지아에 있는 치푸 학교(Chefoo School)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한국에 들러 MK NEST와 OMF 한국 사무실을 방문해 한국에서 하고 있는 MK 사역들에 대해 배우는 기회를 가졌다.

그 후 미국으로 돌아와 선교지로 떠나기까지 1년을 남겨두었던 나는 MK 사역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팀원들과 매달 기도 모임을 계속 이끌어 나갔다. 그리고, MK Ministry Awareness Seminar도 주관하며 너무도 중요하고 시급한 이 사역에 참여할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감에도 마땅한 사역자를 못 찾게 되자, 내 마음에는 부담이 계속 커져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나의 마음속에 '그렇게 중요하고 시급한 사역이라면 지금 선교지로 떠날 수 있는 나는 왜 안가고, 다른 사람만 찾아 보내려 하느냐?'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었다.

사도행전 16장에 보면 하나님의 성령이 바울과 그의 동역 자들이 아시아에서 복음 전파하는 것을 허락지 않았지만, 후에 복음은 아시아 지역에 전파되었고 교회의 큰 부흥과 성장이 있었다. 성경과 세계역사 가운데 우리는 우리와 틀린, 또는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하나님의 방법, 하나님의 때 그리고 하나님의 우선 순위들이 있음을 발견한다.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의 저자는 "하나님께서 어디에서 일하시는지 보고 그의 뜻에 동참하라"라는 말을 반복한다.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에 이르고, 더 나가서 그 구원의 복음을 전파하여 하나님의 나라 성장에 동참하기 원하는 뜨거운 열정을 가진 우리들이 가장 신중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의 하나는 나의 열정이 주님의 성령보다 앞서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나의 비전과 열정보다는 하나님의 전반적인 계획과 역사 하심에 나의 사역, 내가 감당할 부분이 무엇인지 기도하며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머리로서는 너무도 잘 아는 원리이지만 실천하기에 힘든 것이 현실인데, 나는 3년 전에서야 한국 아카데미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 진리를 깨닫고 체험하게 된 것이다.

내가 필리핀으로 또 한국아카데미로 선교를 떠나기로 뜻을 정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훼이스 아카데미가 아닌 한국 아카데미를 선택한 점에 의아해하고 걱정도 많이 했다. 내가 한국 아카데미를 선택한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한국 선교사 자녀 교육의 목표 때문이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서 세운 한국 MK 교육의 목표는 '한국인', '기독인', '세계인'으로 우리 자녀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인가 생각할 때 한국 아카데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국제 학교들 중에서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 줄 수 있는 학교가 아직까지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째로, 현재 국제 MK 학교들의 입장과 현황을 고려해서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보자. 지금부터 30년 후, 한국 선교가 놀랍게 발전하고, 세계 곳곳마다 한국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훌륭한 학교들이 세워져 우리 아이들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잘 소지하고 또 한국인의 신앙을 잘 이어 받고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는데, 그 학교들에 한국 학생들이 아닌 다른 외국 학생들의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럴 때 과연 우리가 그들의 정체성과 뿌리의식을 고려한 학교 운영을 할 수 있으며, 그 일들을 기쁜 마음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감사하게도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며 한국 MK들의 다양한 필요들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국제 학교들이 몇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은 소수 학생들의 필요들을 본교가 채워 줘야한다는 책임감을 못 느끼고 있다. 또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며 필요들을 채우려 하는 학교들은 대부분 어쩔 수 없이 벌써 학교의 학생수 중 한국 학생이 절반에 이르게 되었다든지, 더 이상 한국 학생들의 필요성들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경우이다. 이처럼 할 수 없이 맞추어 가는 상황에서는 우리 자녀들을 위한 최선의 배려를 기대할 수 없다.

세째로, 한국 MK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이다. 한국 선교사 자녀 교육 사역의 역사는 아직까지 시작의 단계이다. 그리고 한국 아카데미는 한국 MK 학교로서는 첫 학교이다. 맏아들, 맏딸의 책임이 막중하듯이 한국 선교사 자녀 학교로 처음으로 세워진 한국 아카데미는 막중한 책임이 있고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고 있다. 한국인의 시선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한국인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나는 우리 한국의 첫 선교사 자녀 학교가 강하게 세워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세계 곳곳에 앞으로 세워질 한국 선교사 자녀 학교들의 모델이 될 수 있고 MK 교육의 중심적인 사역을 감당하는 학교로서 세워지기를 바란다. 튼튼한 한국 선교사 자녀 학교들이 세워지고 좋은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곧 한국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영혼 구원 사역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이루어진다는 것과 같다.

지난 일년동안의 사역을 통해 내가 얻은, 앞으로 나가야할 사역의 방향은 한국 아카데미가 이제는 마닐라 지역의 MK들을 돕는 사역을 넘어 학교 밖, 다른 지역에 있는 한국 MK들을 품는 사역을 감당하도록 돕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이제는 한국 아카데미가 이러한 사역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본교에는 이제 MK 연구소도 준비되어있다. 앞으로 이곳에서 이루어 질 사역들은 첫째로, 다른 국제 학교와 한국 MK 학교들과의 네트워킹이다. 서로 정보를 나누며 협력하여 꾸준한 MK 사역의 연구가 이루어져 MK들의 필요를 알고, 또 필요들을 채워갈 수 있는 길들을 찾아내고, 교육의 현황을 잘 파악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둘째로, 순회 교사들을 모집해 한국 교사가 없는 국제 학교들을 방문해 우리 한국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수업(module class)들을 제공하고, 또는 외지에서 학교의 혜택을 못 받고 홈스쿨링을 하는 선교사들을 돕는 사역 팀들을 구성하기 원한다. 셋째로, 한국 아카데미가 교사 선교사들의 훈련 장소가 되기를 소원한다. 앞에서 말한 순회교사 사역에 동참할 수 있게 하거나, 또는 본교에서 인턴교사로 MK들을 가르치는 일을 경험할 수 있게 하거나, 영어연수를 통해 다른 국제학교나 한국 MK 학교에서 역량 있게 사역할 수 있도록 돕는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길 바란다.

이러한 일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와 선교기관의 협력이 필요한데 우선은 MK 사역에 관한 한국 교회와 선교기관들의 인식이 바뀌도록 기도의 힘을 모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지난 2월에 8명의 한국 아카데미 교사들이 태국에 있는 국제학교들을 방문하는 기회를 가졌다. 학교들을 방문하며 가장 크게 놀란 것은 이제 3년 밖에 되는 않은 그레이스 국제학교(Grace International School)의 현황을 보고서였다. 300명이 넘는 학생들과 학교의 시설, 앞으로 확장해 나가고자 하는 계획들을 둘러보니 세운 지 8년이 되어 가는 한국 아카데미와 비교하여 많은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선교를 위해 나아가는 우리 한국 교회와 선교 기관들이 지금까지 MK사역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선교 속에서 MK 사역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 일어나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몇 가지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MK 교사들도 선교사인가 하는 생각이다. (당연히 교사 선교사도 선교사이다!)

둘째, 미전도 종족에게 나가 영혼을 구원하는 사역만이 선교이다 라는 생각이다. (이 일을 감당하기 위해서 뒤에서 지원하는 일들의 중요성을 볼 수 있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셋째, 교사 선교사가 장기 선교사로 파송을 받고 선교지에 나오지만 막상 선교지에서는 정 식 멤버로 인정되지 못하고 오직 준 멤버로서만 인정이 되는 것이다.

넷째, 평신도로 전문직을 가진 자니 후원 받을 생각말고 자비랑 선교사로 일을 해야된다는 생각이다. (한국 교회와 선교기관들이 MK 학교를 위한 후원을 충분히 하고, 선교사들 로부터 자녀들의 학비를 많이 받는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재 MK 학교 상황으로서는 어 려운 일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좋은 교사들이 없이는 좋은 학교, 좋은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MK 교육을 위해 좋은 자질의 사역자들이 많이 동원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을 위해 물질적인 후원으로 참여하는 동역 자들이 많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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